민법 제451조 ‘이의를 留保하지 않은 승낙’에 대하여
우리가 글을 쓰다보면 자주 실수를 하곤 한다. 그런데 일국의 법조문이 실제의 내용과 정반대로 되어 있다면 이는 얼마나 어처구니 없는 일일까?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바로 잡으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는다면 정말로 한심한 일일 것이다. 여기 그 일례를 든다.
민법 제451조 1항 전단은 “채무자가 이의를 보류하지 아니하고 전조의 승낙을 한 때에는 양도인에게 대항할 수 있는 사유로써 양수인에게 대항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이의를 보류하지 아니하고”는 그 내용상 ‘이의를 유보(留保)하고’ 또는 ‘이의를 제기(提起)하지 아니하고’로 바꾸어야만 올바른 표현이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채권은 양도할 수 있다. 그러나 채권의 성질이 양도를 허용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제449조 1항). 채권은 당사자가 반대의 의사를 표시한 경우에는 양도하지 못한다(제449조 2항).
지명채권의 양도는 양도인이 채무자에게 통지하거나 채무자가 승낙하지 아니하면 채무자 기타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제450조 1항). 전항의 통지나 승낙은 확정일자있는 증서에 의하지 아니하면 채무자이외의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제450조 2항).
따라서 일반적으로 양도인이 양도통지만 한 때나 그러한 통지조차도 없이 일방적으로 채권양도를 한 때에는 채무자는 양도인에게 대항할 수 있는 사유로써 당연히 양수인에게도 대항할 수 있다 할 것이나 채무자가 양도인에게 그 채권양도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하고’, 즉, ‘이의를 보류하고’ 승낙을 한 경우에는 당연히 채무자는 양도인에게 대항할 수 있는 사유로써 양수인에게 대항할 수 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채무자가 양도인, 즉, 채권자에게 반대채권이 있는 경우 채무자가 양도인에게 대항할 수 있는 사유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채권양도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면 채무자는 그 사유로써 양수인에게 대항할 수 없는 것이다.
가령 갑이 을에게 천만원의 외상매입채무가 있고 오백만원의 반대채권이 있다고 하자. 그러면 갑의 을에 대한 본 채무는 오백만원 뿐이다. 한편, 을은 병에게 천만원의 채무가 있는데 병에 대한 자신의 채무의 변제를 위하여 갑에 대한 천만원의 외상매출채권을 병에게 양도하고자 한다고 하자.
이때 갑이 양도인 을에 대해 오백만원의 반대채권이 있음을 이유로 이의를 제기하여 을에 대한 천만원의 외상매입채무중 오백만원을 상계한 경우에 갑은 을에 대한 모든 채권채무관계를 청산하고 단지 양수인 병에 대하여 오백만원의 채무만 질 뿐이다. 이는 을에 대한 본채무 오백만원과 같다. 즉, 채권양도로 인하여 갑의 을에 대한 본채무 오백만원이 그 동일성을 잃지 않고 병에게 그대로 이전된 것이다. 따라서 이 경우에 갑은 양수인 병에 대하여 단지 오백만원의 채무만을 부담할 뿐이며 이미 양도인 을에게 ‘모든 이의를 제기’하였으므로, 즉, ‘이의를 보류하지 아니하고 승낙’을 했으므로 더 이상 양도인이나 양수인에게 대항할 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
이 번에는 채무자 갑이 채권자 을의 병에 대한 채권양도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하고 승낙한 경우’, 즉, ‘이의를 보류하고 승낙한 경우’에 대해 고려해 보자. 이 경우에는 갑이 을에 대하여 오백만원의 반대채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을의 병에 대한 천만원의 채권양도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으므로 갑의 을에 대한 천만원의 외상매출채무는 그 동일성을 잃지 않고 병에게 이전되어 갑은 병에 대해서는 천만원의 채무를 지나 반대로 을에 대해서는 이제 오백만원의 채권을 갖게 된다. 그런데 이 두 채권채무는 각각 별개의 것이다. 즉, 이제 갑에게는 두 개의 독립된 채권채무관계가 존재할 뿐이다.
즉, 이 경우에는 갑이 을의 병에 대한 채권양도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하고’, 즉, ‘이의를 유보하고’ 승낙을 했으므로 양도인 을에 대해 오백만원의 채권이 있음을 이유로 양수인 병에 대하여 그 상계를 주장할 수 없다. 왜냐하면 이제 갑의 을과 병에 대한 채권채무는 각기 독립된 것으로 그 두 채권채무는 하등 아무런 관계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채무자가 양도인에게 대항할 수 있는 사유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채권양도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하고’, 즉, ‘이의를 유보하고’ 승낙을 한 경우에는 양도인에게 대항할 수 있는 사유로써 양수인에게 대항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민법 제451조 1항 전단의 “이의를 보류하지 아니하고” 는 ‘이의를 유보하고’ 또는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하고’로 즉각 수정 되어야만 한다.
이러한 오류는 현행민법이 잘못된 일본 식민민법을 아무런 검토없이 그대로 답습한데서 비롯된 것이며, 이러한 오류의 근본 원인은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하고’와 ‘이의를 보류하지 아니하고’가 音韻이 같기 때문에 빚어진 것으로 보인다.
마찬가지로 민법 제145조 단서의 “이의를 보류한 때”는 ‘이의를 제기한 때’ 또는 ‘이의가 있는 경우’로 바뀌어야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