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자음을 더 만들자
영어를 좀 더 정확히 표현하기 위해 한글 자음 3개를 더 만들자.
현재 외래어의 한글 표기법은 1986년 1월에 발표된 문교부고시(제85-11호)외래어 표기법을 근간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법은 표기의 기본원칙으로 “외래어는 국어의 현용 24 자모만으로 적는다”(기본원칙 제1장 제1항)라고 규정하고 있다. 현용 24자모란 한글 자음 14개와 모음 10개를 뜻한다. 그러니까 자음 14개와 모음 10개로 세계 모든 외국어의 소리를 표기하도록 되어 있는 것이다. 소리와 음가가 달라도 이 범위 내에서만 표기하도록 제한되어 있어 새로운 표기법의 개발이 불가능한 것이다. 여기에 문제가 있다
요즈음은 세계가 좁아졌고 외래어 특히 세계 언어가 된 영어가 우리 생활에 깊숙이 들어와 영어를 한글로 표기해야할 때가 많아 졌으나 음가가 맞지 않아 한글로 표기된 영어가 무엇을 뜻하는지 모를 때가 많다.
예건데 ‘펜클럽’이라면 pen club인지 fan club 인지, ‘라이트’이라면 right인지 light인지, ‘파일’ 이라면 file인지 pile인지, ‘리더’이라면 leader인지 reader인지, ‘발레’라면 ballet인지 valet인지 .
물론 앞뒤 전후문맥으로 알 수 는 있겠으나 혼란스러울 때가 많다.
고시된 외래어 표기법의 표1 국제음성기호와 한글대조표에 따르면 영어의 f와 p를 한글로는 ‘ㅍ’으로 표기하고, l과 r을 ‘ㄹ’또는 ‘ㄹㄹ' 로, b 와 v 를 ‘ㅂ’으로 표기하도록 되어 있는데 이것이 가장 혼란스러운 것이다..우선 여기서는 이들만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기로 하자.
1) f와 p ---분명 f와 p 는 발음이 다르다. p 는 ‘ㅍ’으로 표기해도 별 무리는 없으나 f 를 ‘ㅍ’으로 표기하는 것은 무리이다. p 는 윗입술과 아랫입술이 붙었다가 떨어지면서 나오는 무성파열음이며 f 는 아랫입술이 윗니와 붙었다가 떨어지면서 나오는 마찰음으로 우리말에 없는 발음이다. pile은 ‘파일’이라고 표기해도 괜찮으나 file을 ‘파일’이라고 표기하면 음가가 달라진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이를 ‘화일’이라고 표기하기도 하나 이것 역시 file의 음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이를 현재의 한글 자음으로선 표기하기 어렵다.
따라서 필자는 영어의 f 음가를 반영하는 자음으로 ‘ㅍ’위에 점을 찍은 立을 만들 것을 제안한다. ‘ㅈ’위에 점을 하나 찍어 ‘ㅊ’을 만드는 방식이다.. 이 자음을 만들면 file은 ‘파일’로, fighting은 ‘파이팅’으로,fan club은 ‘펜클럽’으로, face는 ‘페이스’로 표기할 수 있으며 pace는 ‘페이스’로 표기함으로서 혼란이 없어질 것이다.
2) l과 r --- 이것들 역시 서로 발음이 다르다. 그러나 이 둘을 한글로는 ‘ㄹ’로 표기하는 데서 혼란이 온다. 첫 글자로 시작되는 r을 ‘ㄹ’로 표기하는 것은 별 무리가 없으나 l을 ‘ㄹ’로 표기하는 것은 적합지가 않다. 한글 자음 ‘ㄹ’은 ‘소리, 다리, 무릎, 체력, 하루하루, 오래오래, 아름답다, 흐르다, 바로서다, 생략하다’ 등에서 보듯이 혀끝이 입천정에 닿지 않고 혀끝을 굴려서 나오는 발음으로 영어의 r 발음과 별 차이가 없다. rice 는 ‘라이스’로,rent a car 는 ‘렌터카’로, rocket 은 ‘로켓’으로 표기해도 괜찮다.
그러나 l은 혀끝을 입천정에 대고 나오는 발음(유음)이다. lady, light, loyal, Louvre, love··· 이 영어 단어들을 발음해 보면 혀끝이 입천정에 모두 닿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단어들을 ‘레이디, 라이트, 료얄, 루브르, 러브’···라고 한글로 표기한 후 한글음가로 발음하면 미국인들이 제대로 알아듣지 못한다. 엘비스 프레슬리가 부른 유명한 팝송 Love me tender!를 ‘러브미 텐더!’라고 표기하고 그대로 발음하면 미국인들은 Rub me tender!(나를 부드럽게 문질러 달라)로 알아듣고 어리둥절해 할 것이다.
따라서 영어 l 의 음가를 표시하는 한글 자음으로 ‘ㄹ’위에 점을 하나 찍어 ‘ㄹ’로 표기할 것을 제안한다. 이것 역시 ‘ㅈ’위에 점하나를 찍어 ‘ㅊ’을 만들듯이. lady는 ‘레이디’로, light는 ‘라이트’로. 이렇게 하면 r과 l을 구분하는 표기가 되어 혼란이 사라질 것이다.
그리고 한글 자음 ‘ㄹ’이 영어의 r와 음가가 같다고 했으나 밭침으로 쓰일 때는 영어의 l발음이 나온다. 혀끝이 입천정에 붙는다는 말이다. 예컨데. ‘물, 불, 말, 길, 관절, 일, 칼, 볼, 팔’ 등에서 처럼. 따라서 l이 단어중간에 있을 경우는 한글 자음 ‘ㄹ’ 로 표기해도 괜찮다. 예컨대 pile은 ‘파일’로. child는 ‘차일드’로, ballet는 ‘발레’로, play는 ‘플레이’로.
3) b와 v--- 이 글자 역시 한글로 ‘ㅂ’으로 표기하나 b와 v는 음가가 다르다. bright 를 ‘브라이트’라고 하는 것은 별 무리가 없으나 voice를 ‘보이스’라고 표기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b는 윗입술과 아랫입술을 닿았다가 떼면서 나오는 유성파열음이지만 v는 아랫입술과 윗니를 붙였다가 떼면서 나오는 마찰음으로 완전히 다른 소리이다. 영어의 b는 한글의 ‘ㅂ’ 과 음가가 같으나 v는 ‘ㅂ’ 과 다르다. 그래서 영어의 v 를 표기하기 위해 한글 자음‘ㅁ’위에 점하나를 찍어서 ‘ㅁ’으로 표기할 것을 제안한다. voice는 ‘모이스’로, victory 는 ‘믹토리’로.
이상에서 간단히 살펴본바와 같이 우선 가장 문제가 되는 영어의 f, l, v 의 음가를 표시해주는 한글 자음으로 기존의 자음 ‘ㅍ’, ‘ㄹ’, ‘ㅁ'위에 점 하나씩을 찍어서 새로운 자음들을 만들 것을 제안한다.
이것은 새로운 자음을 만드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며 가장 한글다운 새로운 글이라고 생각한다. 또 이 새로운 글자들은 기존의 한글 자판을 크게 손대지 않고 기존의 자음 위에 새 자음을 표시하고 쉬프트만을 눌러서 표시할 수 있는 편리한 방식이다. 'ㅃ’을 표시하기 위해 쉬프트를 누르고 ‘ㅂ’을 누르듯이.
이제 영어는 우리나라에서 초등학교 3학년부터 공식적으로 이미 배우기 시작한지 수년이지났으며 제 2 국어나 다름없는 언어가 됐다. 외래어의 한글 표기를 자음 14개로만 국한시킬 것이 아니라 새로운 자음을 만들어 표기의 지경을 넓혀야 할 때가 됐다. 다행히 한글은 세계 어느 글자보다 자음을 만들기 좋은 우수한 표음문자이다. 한글학회를 중심으로 한 전문가들과 국립국어원이 진지하게 연구하여 채택하기를 바란다. 권혁웅 올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