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문제호 옥외광고는 한글병기조항 위반'
<법원>
2004/08/12 06:00 송고
'한글침해는 개인 아닌 사회법익, 손배책임은 없어'
(서울=연합뉴스) 김상희 기자 = 기업이미지 통합(CI.Corporate Identity) 과정에서 한글 제호를 버리고 영문제호를 택한 'KB*b'(구 국민은행)와 'KT'(구 한국통신)는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상 한글병기조항을 위반한 것이라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5부(김만오 부장판사)는 12일 사단법인 국어문화운동 등이 '광고전략으로 영어만 사용해 국어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정신적 피해를 끼쳤다'며 국민은행과 케이티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 회사들이 한글병기조항을 위반했지만 민사상 손배책임을 인정하기는 어렵다'며 원고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국가간 장벽이 무너지는 현대사회에서 모국어의 중요성만 강조하는 것은 국제관계 고립을 초래하는 편협한 태도이지만 공동체의 공용어를 지키는 노력도 중요하므로 옥외광고물에 한글을 병기하도록 한 법규정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거나 실질적 효력이 없는 훈시규정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들의 옥외광고물 중 외국문자만 기재했거나 한글을 현저히 적게 기재한 것은 한글병기조항 위반으로 판단된다'며 '다만 한글 침해는 개개인의 권리가 아닌 사회적 이익에 해당하는 권리이므로 피고들이 원고들 개인에게 정신적 피해를 배상할 책임은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원고측은 피고 회사들에 대해 국민기업으로서의 책임을 묻지만 `국민기업'이라는 개념이 모호하고 민영화된 두 회사를 국민기업이라 할 수도 없을 뿐 아니라 국민기업으로 인식되는 회사라 해도 국민정서에 부응할 `도의적 책임'은 있더라도 `법적 책임'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번 소송에는 한글학회(조선어학회 후신), 세종대왕기념사업회 등 단체와 한글학자 남영신씨, 한양대 서정수 명예교수, 김세중 국립국어연구원 연구부장, 최기호 상명대 교수,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 이대로 대표 등이 원고로 참여했다.
현행 옥외광고물등 관리법 시행령 13조 1항은 광고물의 문자는 한글 맞춤법, 국어의 로마자표기법, 외래어 표기법 등에 맞춰 한글로 표시하되 외국문자로 표시할 경우 한글과 병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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