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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 A5
정가 25,000원
책소개
『한국시조감상』은 국어국문학회 소속 회원 중 한시와 한국 시가 문학의 권위자를 집필진으로 하여, 일반인들에게 우리 고전의 아름다움과 우수함을 알릴 수 있는 수준 높은 작품과 작가를 선정한 책이다. 시조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현대역과 원문 및 독음, 그리고 작품과 작가에 대한 친절한 해설과 심도 있는 감상을 덧붙였다. 시조문학이 지닌 예술적 감동의 큰 가치와 의의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목차
춘산에 눈 녹인 바람
한 손에 가시를 들고
구름이 무심탄 말이
백설이 잦아진 골에
이화에 월백하고
녹이 상제 살찌게 먹여
이런들 어떠하며
이 몸이 죽고 죽어
눈 맞아 휘어진 대를
흥망이 유수하니
오백년 도읍지를
선인교 내린 물이
내가 좋다 하고
대추 볼 붉은 골에
삭풍은 나무 끝에 불고
장백산에 기를 꽂고
까마귀 검다하고
까마귀 눈비 맞아
금생여수라 한들
천만리 머나 먼 길에
수양산 바라보며
이 몸이 죽어 가서
초당에 일이 없어
간 밤에 불던 바람
방안에 켜있는 촛불
손님이 떠난 뒤 문을 닫으니
간 밤에 울던 여울
장검을 빼어들고
추강에 밤이 드니
있으렴 부디 가겠느냐
귀거래 귀거래하되
농암에 올라보니
마음아 너는 어이
마음이 어리석고 보니
여기를 저기 삼고
오리의 짧은 다리
바람 서리 섞어 친 날에
십 년을 경영하여
두류산 두 물줄기를
한겨울에 베옷 입고
청산도 절로절로
갈대꽃 핀 곳에
강호에 기약을 두고
철령 높은 봉우리에
시국이 저러하니
해 속의 금까마귀
서호 십리 들판에
산은 높디 높고
사립문에 개 짖는다
한 집에 같이 누워
거두어 들여옴도
말 없는 청산이요
북쪽 하늘이 맑다고 하거늘
맑은 물에 벼를 갈고
눈바람 산속집 밤에
임금 만나 포부 폄은
연못에 비 뿌리고
임 보신 달 보고
산은 옛 산이로되
청산리 벽계수야
어져 내 일이야
동짓달 기나긴 밤을
요순 시대를 어제 본 듯
앞에 말은 실없이 한 말일 뿐이라
제나라도 큰 나라요
배꽃 꽃비 흩뿌릴 제
어이 얼어 자리
산버들 가리어 꺾어
꿈에 보이는 임이
산촌에 밤이 드니
앞 못에 든 고기들아
눈 속의 달이 창에 가득한데
노래 만든 사람
꽃 지고 속잎 나니
산촌에 눈이 오니
십 년을 갈아온 칼이
무정하게 서 있는 바위
깊은 산에 밤이 되니
소반 위의 일찍 익은 붉은 감이
아이 적 늙은이 보고
사람이 늙은 후에
늙고 병이 들어
새 달은 밝다마는
육년을 그리다가
청석령을 지났느냐
가노라 삼각산아
궂은비 개었단 말인가
내 일 망령된 줄
싸움에 시비만 하고
이별하던 날에
주욕신사라 하니
바람에 휘었노라
자네 집에 술 익거든
사랑이 어떻더냐
꿈에 다니는 길이
임이 헤아리시매
봄은 오고 또 오고
기러기 아니 나니
이엉이 다 거두치니
연하에 깊이 든 병
저는 나귀 바삐 몰아
풍파에 놀란 사공
부귀라 구하지 말고
낚싯대를 둘러메고
늙고 병든 몸이
샛 별 높이 떴다
전원에 남은 흥을
풍진에 얽매이어
서검을 못 이루고
인생을 헤아리니
홍진을 다 떨치고
거문고 타자 하니
내 살이 담박한 중에
띠풀암자 적막한데
계집아이들이 여러 층이더라
아이들 재촉하여
님이 가오시며
묻노라 부나비야
중놈이 젊은 사당년을 얻어
일신이 살자고 하니
기러기 다 날아가고
춘곤을 못 이기어
수풀의 까마귀를
잔솔밭 언덕 아래
내게는 원수가 없어
갈 때는 오마 하더니
세상 사람들아
여위고 병든 말을
매미 맵다 울고
빈 배에 서 있는 백로
만나서 다정턴 일
임이 갈 때 오마 하더니
임 이별하던 날에
내게는 병이 없으나
두고 가는 이별에
공명을 즐겨하지 말라
임을 그리는 상사몽이
서리가 치고 별이 성글 때에
높기도 하고 낮기도 하며
붉은 이마가 아니라면
비 바람 눈 서리와
상공을 뵈온 뒤에
‘오냐’라는 말 따지 않으나
솔이 솔이라 하니
남은 다 자는 밤에
매화 옛 등걸에
기러기 우는 밤에
때때로 생각하니
개를 열 마리 남짓이나
개미 불개미가
귀뚜라미 저 귀뚜라미
어흠아 거기 뉘신가요
어이 못 오던가
나무도 전혀 돌도 없는
임이 오마고 하거늘
논밭을 갈아 김을 매고
댁들이여 게장을 사오
백발에 화냥질하는 년이
바람도 쉬어 넘는 고개
시어머님 며늘아기 나빠
창 내고자 창을 내고자
한숨아 가는 한숨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