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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았습니다'와 '알겠습니다'

작성자 : 관리자
조회수 : 651
‘알았습니다’와 ‘알겠습니다’



유동삼





지난 여름이었다.

임 아무는 나하고 함께 봉숭아를 심고 물을 주고 받침대도 바로 세우는 일을 했다. 그는 이런 일을 처음 해 본다고 말했다. 나는 그에게 평생의 추억거리를 만들어 준 것인지도 모른다.

함께 꽃을 가꾸면서 내가 한 어느 말끝에 그는

“예, 알겠습니다.” 하였다.

“너는 지금 말한 ‘알겠습니다.’ 를 언제부터 쓰는가?” 물었다.

“군대 생활에서 배웠습니다.”

“군대 생활은 얼마 동안이나 했지?”

“한 달 동안 했습니다.”

공익요원도 처음 한 달은 육군 훈련소에서 정식 군사 교육을 받는 모양이다.

한 달 동안의 “알겠습니다.” 가 얼마 동안이나 계속될지 모르기에 그에게 이런 말을 하였다.

“입대 전에 써 온 ‘알았습니다.’ 가 ‘알겠습니다.’ 보다 더 품위가 있고 말본에 맞는다. ‘알았습니다.’ 는 현재 완료이고 ‘알겠습니다.’ 는 미래 완료이니 아주 다르다.”

국어 사전에서 ‘-겠-’ 을 보면 네 가지 경우를 예시했다.



1. 내일은 비가 많이 오겠습니다. (미래)

2. 섬에서는 이런 날도 시원하겠습니다. (추측)

3. 할머니 말씀 잘 명심하겠습니다. (의지)

4. 이 나무는 저 혼자도 심겠습니다. (가능)



‘알겠습니다.’ 는 위 네 가지 중에 해당이 없으나 굳이 붙여 본다면 3의 의지라고 볼 수 있다.

어른 말씀을 지금 듣고서 하신 말씀 명심하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알았다, 알았어, 알아요, 알았어요, 알았습니다.’ 가 관습어이다.

이런 내용의 대화는 택시 안에서 기사와도 몇 십 번을 했다. 열 해도 넘게 해 왔다. ‘알겠어, 알겠다, 알겠습니다.’ 는 전혀 아니다.

입대 전의 ‘알았습니다.’ 로 돌아왔다는 이도 있었다.

지금부터 14년 전인 1993년 10월에 이웃에 사는 김 아무 교장 아드님 혼사 주례를 내가 맡은 일이 있었다. 시간에 맞추어 나를 승용차로 모시러 온 신랑 친구인데 혼례식 진행을 맡았다고 했다. 그와 승용차 안에서 임 아무와 대화한 내용과 같은, 짧지 않은 설명을 했었다.

이 설명은 문학동인지 출판 기념 행사 때에도 여러 번 했다.

나하고 전화를 하는 사람들 중에 내 말 끝에 “알았습니다.” 하는 이가 있다. 전화를 끊으려는 순간에 나는 그 이를 붙든다.

“잠깐요. 고맙다는 말씀을 드리려고 합니다. ‘알았습니다.’ 로 지금 말씀을 하셨습니다. 어느 분은 ‘알겠습니다.’ 로 말하는데 ‘알았습니다.’ 가 맞는 순수한 말이고 ‘알겠습니다.’ 는 우리 말투에 어긋납니다. 좋은 말을 쓰고 계시는 일, 고맙다는 인사를 드립니다. 친한 이웃 사람 중에 ‘알겠습니다.’ 를 쓰는 이가 있거든 바로잡으라고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너무 어려운 부탁을 해서 미안합니다.”

“예, 알았습니다.”

“고맙습니다.”

이런 전화도 언제부터 시작했는지 모르나 수없이 여러 번 했다.

명함 크기만한 쪽지에







잘못 쓰기 쉬운 말



1. 하신 말씀 잘 알았습니다. (×알겠습니다)

2. 건강이 회복되시기를 빕니다. (×빌겠습니다)

3. 다 함께 불러 주시기 바랍니다. (×바라겠습니다)

4. 참석해 주시기 바랍니다.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5. 지금부터 입학식을 시작합니다. (×시작하겠습니다)

6. 이것으로 입학식을 마칩니다. (×마치겠습니다)

7. 정성을 다해 모십니다. -현재, 안내, 광고

(정성을 다해 모시겠습니다. -미래, 의지)



한말글 사랑 한밭 모임 보살핌 일꾼 유동삼

302-040 대전 서구 장안동 513-1 사회복지법인 한마음의 집

전화 : (042)585-0774 / 011-9412-86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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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것을 한 번에 백여 장씩 만들어 주머니에 넣고 다녔다. 복사지 한 장에 여섯 장 쯤 나오게 할 수 있다.

이 한말글 운동은 앞에서 말한 꽃 가꾸기보다 더 큰 정성을 들인다. 꽃은 바로 피어 열매가 열린다. 봉숭아나 애기패랭이나 번대 국화는 한 해에 두 번이나 씨를 거둔다. 그러나 이 우리 말글 바로쓰기 운동은 공도 많이 들고 시간도 많이 걸려도 열매를 거두기가 힘들다.

어느 행사에 나가는 경우 미리 참가 인원을 알아본다. 약 60명이라면 70장을 준비한다.

누구에게 부탁하지 않고 내가 앞자리에서 뒤까지 이 쪽지를 돌린다. 더러는 질문도 받는다. 더러는 내가 먼저 설명할 때도 있다.

한말글 사랑 한밭 모임에서 한글날을 앞두고 국어 순화 자료(한말글 사랑)를 펴낸다. 여기에 내 의견을 많이 실었다. ‘-겠습니다’ 를 함부로 쓰지 말자는 글도 실었다.

한번은 어느 TV 방송사 아침 뉴스를 담당한 이 아무 아나운서에게 편지를 보냈다.



1. 뉴스를 시작하겠습니다. → 시작합니다.

2. 뉴스를 마치겠습니다. → 마칩니다.

3. 현장으로 연결하겠습니다. → 연결합니다.

4. 곧 정오가 되겠습니다. → 정오를 알려 드립니다.

5. ○○○ 기자의 말을 들어 보겠습니다. → 봅니다.

6. 2부 순서를 마치겠습니다. → 마칩니다.

7. 무게를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봅니다.



등 10분 동안에 아니 써야 할 ‘-겠습니다.’ 를 평균 아홉 번을 썼는데 내 편지를 받고서는 ‘-겠습니다.’ 를 한 번도 쓰지 않았다. 나는 흥분할 정도로 감동을 받았다. 그 후로 계속해서 그가 방송하는 것을 눈독들여 시청했다. 얼마 동안은 잘 하더니 조금씩 무너지기 시작했다. ‘-겠습니다.’ 가 점점 더 튀어 나왔다.

일요일 오전에는 TV쇼 진품 명품을 본다. 이 진행자도 ‘알겠습니다.’ 를 고치지 못하고 있다.

요즘은 아침 시간 어느 방송사 라디오 정 아무 진행자의 말씨를 귀담아 들었다. (그 분은 토론 마당에서 진행을 맡을 때도 있다.)



1. “시작하겠습니다.”를 아니 쓰고 “시작합니다.”

2. “연결하겠습니다.”를 아니 쓰고 “연결합니다.”

3. “물어 보겠습니다.”를 아니 쓰고 “물어 봅니다.”

4. “들어 보겠습니다.”를 아니 쓰고 “들어 봅니다.”

5. “여쭈어 보도록 하겠습니다.”를 아니 쓰고 “여쭈어 봅니다.”



로 바르게 쓰고 있다.

그러나 더러는 챙기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알았습니다.’ 로 써야 할 말은 ‘알겠습니다.’ 를 쓰기도 한다.

오늘 아침(2007.10.27)에는 어느 방송사 라디오를 들었다.



1. 아침 뉴습니다. = 뉴스를 시작합니다.

2. 주요 뉴습니다.

3. 밝혀 드립니다.

4. ○○○기잡니다. = 기자가 전합니다.

5. 보도합니다.

6. 물어 봅니다. = 물어 보기로 합니다.

7. 아침 뉴스였습니다. = 뉴스를 마칩니다.

8. 날씹니다. = 날씨를 전해 드립니다.

9. 오늘 순서 여기서 마칩니다.

10. 2부 출발합니다.

11. 대전 충남 뉴습니다.

= 대전 충남 지방 뉴스를 전해 드립니다.

12. 보도를 마칩니다.

13. 다시 이어 갑니다.

14. 생활 경제 뉴스 알아보지요. = 알아봅니다.

15. 첫 소식입니다. = 첫 소식을 전합니다.

16. 알아보도록 하지요. = 알아보기로 합니다.

17. ○○○특파원의 보돕니다. =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18. 현장으로 연결합니다.

19. 대전이었습니다. = 대전에서 전해 드렸습니다.

20. ○○○ 기자가 전합니다. = 전해 드립니다.



긴 장맛비가 개고 맑은 하늘을 보는 듯했다.

‘알겠습니다.’ 가 우세하자 ‘시작합니다.’ 도 그 영향을 받아 ‘시작하겠습니다.’ 로 되더니 이제는 어느 것이 옳은가 깨달았는지 일시적 유행이 사라져 가는 듯하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 자연 환경이 바다 속까지 더러워진 것처럼



1. 신부 입장이 있겠습니다. → 신부가 들어올 순섭니다.

2. 국기에 대한 경례가 있겠습니다. → 경례를 합니다.

3. 애국가 제창이 있겠습니다. → 애국가를 제창합니다.

4. 주례 말씀이 있으시겠습니다. → 주례 말씀을 하십니다.

5. 시상이 있겠습니다. → 상타는 순서입니다.

6. 개식사(개회사)가 있겠습니다.

→ 행사를 시작하는 인사 말씀을 하십니다.

7. 폐식사(폐회사)가 있겠습니다.

→ 행사를 마무리하는 인사 말씀을 하십니다.



이러한 말들이 남아있다.

‘있겠습니다.’ 는 ‘알겠습니다.’에서 전염병처럼 번진 말인 듯하다. 이 괴상한 말투는 ‘알겠습니다.’ 가 ‘알았습니다.’ 로 바로잡히는 날 꼬리를 감출 것으로 생각한다.



피아노 삽니다. / 컴퓨터 삽니다. / 오늘 목욕합니다.

구두 닦아 드립니다. / 내일 신문 쉽니다.

교수 초빙합니다. / 입찰 공고 합니다. / 경험자 우대합니다.



이들은 전부터 흔들림 없이 잘 쓰고 있는 말들이다.

이제는 더 적극적으로 변화해야 한다.

일상 쓰는 방송 용어 등 우리 말글을 문화부에서 한 달에 한번 쯤 국어 순화 위원회를 열어, 국민의 질문과 건의를 성심껏 받아 주어야 한다.

위원 수도 더 늘려야 한다. 회의비 예산을 충분히 세우고 그 집행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그리하여 국어 기본법을 살려야 한다. 힘이 없는 법을 국민들이 힘이 있게 만드는 일은 매우 어려운 일이나, 안될 일은 아니다. 우리 말글 사랑은 나라사랑이라는 신념으로 국민 모두가 힘써야 한다.











(이 글은 한글새소식 424호(2007.12)에 실린 것을 몇 군데 고쳤습니다.)











약력

한말글 문화 협회 회원 (한글새소식 1972 창간호부터)

한글 학회 회원 (1968 이후)

한글 학회장 한글 운동 공로표창 (2007.10.9)

한글 학회 대전 지회장 지냈음

한글 특강 여러 번

art.cctoday.co.kr (문화인? 문인 소개 - 사진, 말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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