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우리말 헤살꾼>
1.
<제주영어교육도시>
만들겠다는 정부의 제주지원위원회
정부는 갑자기 불어나고 있는 해외유학과 어학연수 지망자를 줄이며 값싸고 질 높은 영어교육 기회를 늘린다는 계산으로 제주도에 7,800억원을 들여 초·중·고등학생을 위한 영어전용학교 12개를 세우는 '제주영어교육도시' 조성방안을 발표했다. 게다가 그 일을 국무총리가 위원장인 제주지원위원회를 만들어 추진한다고 한다.
우리말을 사랑하는 많은 국민은 정부가 우리말 발전과 교육에는 마음을 쓰지 않으면서 영어교육에만 수천억 원씩 퍼붓는 일에 실망과 분노를 누르지 못한다. 어느 특정 외국어 교육에 국가 행정의 책임자가 추진 조직을 이끌면서 엄청난 국고를 쏟아 붇는다는 것은 식민지가 아닌 자주 국가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더구나 제주의 말과 노래와 이야기는 겨레 문화의 보배로운 유산이며 문화재로서 마땅히 정성들여 보존하고 육성하며 교육해야 하는데도 정부가 그런 쪽으로는 아무런 계획조차 세우지 않는다. 세상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우리 문화와 유산은 짓밟아 망가뜨리면서 ‘영어’에만 얼을 빼앗겨 날뛰는 우리나라 정부의 태도를 우리는 부끄러워하지 않을 수 없다.
중앙정부가 나서서 특별한 지역에 특혜를 주는 영어교육을 베풀려고 하니까 전국의 지방정부들이 서로 다투어 영어마을이니 영어특구니 영어체험센터니 하면서 온 나라를 영어학교로 만들려고 나선다. 영어조기교육을 시작하여 영어조기유학 바람을 일으켜서 영어열병을 유행시키던 정부가 영어 공용어를 주장하더니 그게 잘 안되니 다시 영어마을로 시작해서 영어도시와 영어교육도시까지 만들려고 한다. 이제 그것도 안 될 때는 영어나라로 만들겠다고 나서지 않을까 두렵다. 참으로 어리석은 정부, 얼빠진 지도자들을 꾸짖고 우리말 독립운동사에 기록하고자 올해 우리말 으뜸헤살꾼으로 뽑았다.
2.
<글로벌 빌리지>
만들겠다는 부산시
부산시(시장 허남식, 교육감 설동근)는 ‘길거리 영어 회화 능력이 부산의 경쟁력’이라며 ‘영어 도시 만들기 심험’에 들어갔다고 한다. 허 시장은 '시민들의 영어 구사 능력이 높을수록 경쟁력 있는 국제 도시로 평가받는다'며 '21세기 동북아시아 해양수도를 지향하는 부산이기 때문에 시민들이 영어를 잘 쓰도록 시가 나섰다'고 말했다. 그는 '두바이와 싱가포르 같은 국제 도시와 비교하면 부산의 영어 경쟁력은 한참 떨어져 부산도 빨리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설 교육감은 '영어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은 큰 데 비해 교육 여건이 취약하기 때문에 영어 교육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부산시민과 학생들이 영어를 잘 구사할 수 있도록 획기적인 교육환경과 생활환경 개선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영어만 잘 하면 지상 천국이 되는 것으로 아는 사람들이 부산시의 시장과 교육감이라니 참으로 부끄럽다.
부산시와 교육청은 시민과 학생들이 생활 속에서 쉽게 영어를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계획이라며 2020년까지 사업비 2775억원(부산시 1582억원, 교육청 1040억원, 나머지는 국비 및 민자)을 들여 4개 분야 100개 사업을 내년부터 본격 추진할 계획이다. 우선 내년에 '영어우선 내년에 '영어 100문장 외우기'를 범시민 운동으로 추진한다. 외국인과 의사소통이 가능하도록 교통?관광?숙박 분야별로 영어 문장을 만들어 보급한다. 또 16개 구?군별로 아파트 단지나 학부모회를 대상으로 영어 체험 프로그램을 개발해 보급할 계획이다. 매달 한 차례 토요일 영어로만 대화하는 '토요일 영어광장'도 운영하겠다고 한다.
이미 앞장선 경기도를 따라 여러 지자체가 영어마을을 만들었으나 예산만 낭비하고 실패한 정책임이 밝혀졌다. 우리는 무엇보다도 ‘영어’만 잘 하면 단박에 새로운 세상이 열릴 것처럼 생각하는 지도자들의 천박한 식견과 어처구니없는 무지를 꾸짖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그런 식견과 인격으로 아까운 국민의 세금이 헛되이 버려지고 우리 얼과 삶의 보금자리인 우리말이 짓밟혀 몸살을 앓는 사실을 걱정하는 것이다. 우리는 영어 없이도 4천만 인구로 세계 십대 경제대국이 되었다. 이제는 이런 힘으로 우리말을 가꾸어 문화대국을 세워서 후손에게 물려줄 일에 슬기를 쏟아야 마땅하다.
3.
<잉글리시 커뮤니티 광장>
만들겠다는 인천시
인천시(시장 안상수)는 ‘영어가 자유로운 도시 인천’을 위한 사업별 추진계획 보고회를 시청 영상회의실에서 안상수 시장, 나근형 시교육감, 박인규 시도시개발공사 사장, 최경보 국제교류센터 대표, 시·교육청 간부, 시 산하기관장 등 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었다. 인천시 각 실·국과 인천시 도시개발공사 같은 산하 기관, 시교육청이 함께 발표한 영어도시 조성사업은 4개 분야 총 86개 사업이고, 이들 사업을 모두 추진할 경우 오는 2014년까지 2천 336억 원이 필요할 것으로 시는 예상하고 있단다.
인천시 국제협력관실은 '영어사용 인증제'를 도입해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기관·시설·업체를 홍보, 지원하기로 했고, 정책기획관실은 '영어를 사랑하는 시민 모임'(영사모)과 '영어도시 조성 자문위원회'를 각각 구성하기로 했으며. 또 인천지역 대학교 내에 영어를 중심으로 한 인문학연구소를 설립, 정책개발과 정책방향 제시 등에 활용하기로 했다고 한다.
지방자치단체가 주민의 삶을 드높이는 일이 그렇게도 완벽하여 수천억 원 예산을 들여 영어 사랑에 나서는 것인가? 제 나라의 말과 글은 헌신짝 보듯 하며 영어 섬기기에 이처럼 열심인 지방 정부와 공무원들의 가치기준이 참으로 한심하다. 지금 저들은 영어만 잘하면 국제도시가 되고 국민이 잘 살게 될 것으로 믿는 듯하지만, 인도와 필리핀을 비롯하여 아프리카 여러 나라에서 영어를 공용어로 쓰지만 가난에 허덕이고 있는 현실을 우리는 잘 안다. 그뿐 아니라 우리나라 국어기본법은 지방자치단체가 국어발전과 주민의 바른 말살이를 위해 계획을 세우고 힘쓰라고 분명히 못 박아 놓았지만 거들떠보지 않는다. 국민의 뜻을 받들어 국회에서 만든 법은 거들떠보지도 않으면서 남의 말 ‘영어’에 홀려 날뛰는 지방 행정가들을 고발하는 뜻으로 헤살꾼을 뽑았다.
4.
<리틀 유에스>
만들겠다는 밀양시와 경상남도
경상남도와 밀양시는 민간자본을 끌어들여 밀양 국제화 교육도시 ‘리틀 유에스(Little US)’를 밀양시 단장면 미촌리 일대 22만 6,000평에 조성한다고 한다. 사업비 8,716억 원을 들이는 ‘작은 미국(리틀 유에스)’은 영어학교를 비롯하여 주택과 상업 시설, 체험 휴양 시설까지 들어서고, 관공서도 설치하여 완전히 영어만 쓰면서 살아가는 작은 미국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한국 속의 미국도시’가 만들어지는 것이므로 구멍가게 주인도 영어로 말하고 들어야 한다고 한다. 도와 밀양시는 지난 6일 지역 국회의원과 지방의원, 주민 등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공청회를 열어 이와 같은 내용의 국제화교육도시 조성계획안을 설명하고 의견을 들었다.
밀양시로부터 특화사업자로 지정된 ㈜한신디엔피는 최종 계획안을 마련하여 재정경제부에 특구지정을 신청할 예정인데, 특구신청은 경남지사와 밀양시장이 공동으로 신청한다. 한신디엔피는 특구지정 승인이 나면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본격적으로 투자자를 모집할 계획으로 국내 굴지의 건설 회사들이 투자를 약속하는 등 사업 참여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그뿐 아니라 김태호 지사를 단장으로 한 경남도투자유치단은 자매 도시인 미국 메릴랜드주와 뉴욕ㆍ워싱턴을 방문해 밀양시에 추진 중인 영어학교(Little US)에 대한 인력 지원, 학력인정에 대한 협의와 투자 설명회를 가졌다고 한다. 그리고 메릴랜드주를 다녀온 김태호 경남지사는 '현지에서 체결한 교육ㆍ의료 분야를 비롯한 투자교역 활성화 양해각서(MOU)가 좋은 투자유치로 연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고 한다. 지방 정부가 나서서 미국에게 식민지를 만들어 바치려고 안간힘을 다하는 짓거리라 하지 않을 수 없다.
5. 영어 간판 강요하는 서울 노원구
올해 3월 한 노원구민이 한글단체에 편지를 보내왔다. “구청에서 가게 간판을 영문으로 바꾸라고 한다. 왜 강제로 간판에 영어를 쓰라고 한단 말인가! 도를 넘어선 행정관리들의 맹목적인 영어 추종 행태를 꾸짖어 주십시오. 말로만 듣던 ‘영어 망국 역병’이 지금 노원구를 물들이고 있습니다.” 하는 내용이었다.
한글단체에서 알아보니 서울시 노원구청이 세계화를 한답시고 관내에 있는 외국인 학교와 노원역 주변 상가들에게는 영문자를 나란히 표기한 간판만 허가해준다는 것이었다. 영어를 모르는 한국인을 상대로 하고 외국인이 한 사람도 오지 않아도 울며 겨자 먹기로 가게 이름을 영문으로 바꾸거나 영문자로 써야 할 지경이었다. 그래서 한글단체는 이제 살아나는 나라말과 우리 한글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라며 반대 의사를 밝히고 노원구청에 가서 항의 시위를 한 일도 있다.
요즘 우리 사회의 영어 숭배 풍조는 새삼스러운 것도 아니지만, 지금 노원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백 걸음 물러난다 해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짓거리이다. 거리 간판을 정비하는 것은 간판의 크기와 거는 자리, 빛깔 등을 제한하여 주민 불편을 예방하고 도시 미관을 살리는 데에 목적이 있다. 우리나라가 갑자기 미국의 식민지가 된 것도 아닌데, 간판 말글을 미국말로 고치는 것이 어떻게 ‘간판 정비’가 될 수 있는가? 우리의 아이가 학용품을 사러 가는 문구점 이름을 왜 영문자로 적어야 하며, 우리와 우리 이웃이 시장기를 덜기 위해 들르는 음식점 이름을 무엇 때문에 영문자로 적어야 하는지 알 수가 없다.
6. 면?동 사무소를
<주민센터>
로 바꾼 행정자치부
행정자치부(장관 박명재)는 전국의 ‘동?면사무소’를 ‘주민센터'로 바꾸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행정자치부는 '주민 중심의 통합 서비스 센터라는 의미를 잘 나타낼 수 있는 명칭을 고르기 위해 국민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국어학자와 언어학자에게 조언도 구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어느 지방자치단체는 홍보 자료에서 “?주민센터?는 부르기 쉽고, 주민생활지원서비스의 기능의 특정분야에 한정하지 않고 동의 기능을 포괄적으로 함축하며, 이는 청사건물 명칭으로서 장소적·공간적 개념으로 시의 하부행정기관으로서 ?동장? 직명은 그대로 유지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동사무소’란 이름은 부르기가 힘들고 ‘주민센터’는 부르기가 쉽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도대체 언제 국민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는지 그런 이름을 정하도록 조언을 한 국어학자와 언어학자는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다. 국어학자와 언어학자란 사람들이 모든 국민이 쓰고 있던 말을 버리고 낯선 서양말을 쓰는 일에 협조하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대학에서 국문학과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온 나라가 영어 열풍에 휩쓸려 온통 영어 소용돌이를 만났는데 이까짓 ‘주민센터’ 하나로 행정자치부를 헤살꾼으로 꼽을 것이냐는 의견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중앙 정부, 그것도 온 나라 국민의 삶에 바로 닿는 행정을 손아귀에 쥐고 있는 행정자치부가 나서서 국민의 뜻을 제대로 물어보지도 않고 손바닥 뒤집듯이 전국의 동?면사무소를 주민센터로 바꾸었다는 사실은 결코 작은 일이 아니다. ‘동사무소’란 말이 아무리 일제 침략자들이 와서 만들어 쓰기 비롯한 것이지만 이미 세월이 흘러 누구나 쉽게 알고 쓰던 말이었으니 엄청난 돈을 써가며 섣불리 서양말로 바꾸어야 할 것은 아니다.
7. 이름을 영어로 바꾸는 공기업과 공공기관들
‘K-water, aT, SH공사, KORAIL, KRA, 서울 메트로’ 이런 말의 뜻을 제대로 아는 국민이 몇이나 될까? ‘K-water’는 수자원공사, ‘aT’는 농수산물유통공사, ‘SH공사’는 서울도시개발공사, ‘KORAIL’은 한국철도공사, 'KRA'는 한국마사회, ‘서울메트로’는 서울지하철공사다.
대한주택공사는 휴먼시아(Humansia)란 아파트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경찰청은 최근 경찰서에 신종 절도나 조직적·국제적 절도 범죄를 수사하는 전담 부서로 TSI(Thief Special Investigation, 절도특별수사)팀을 새로 만들었다고 한다. 지방자치단체들도 수도 서울이 'Hi, Seoul'이라고 앞장을 서니까 이제는 ‘Happy 수원', 'Dream bay 마산', ‘Fly 인천’까지 전국의 기초지자체이 다투어 영문으로 이름을 쓰고 있다.
한국도로공사는 기업 표시를 ‘이엑스(EX)’로 바꾸면서 “고속도로를 건설하고 관리하는 이미지에서 벗어나 사회 문화적 가치를 창조하는 기업으로서 사명을 다하겠다.”고 했다. 공사는 이것을 바꾸는 용역비용으로만 1억 8,000만 원을 썼고, 시설물과 서류를 비롯한 여러 가지를 바꾸는 비용까지 수십억 원이 들 것으로 예상한다.
이렇게 영문 이름이나 선전문을 만들어 알리려고 수십억 원, 수백억 원이나 되는 세금을 쓰고 있는데 그런 영어를 잘 아는 국민은 별로 없다. 누구를 위해서 영어로 이름을 바꾸는 지 알 수가 없다. 우리 속담에 “이것이 거짓이라면 내가 성을 갈겠다.” 하는 말이 있다. 성을 갈면 조상을 가는 것이고 제 존재의 뿌리를 바꾸는 짓이기에 그런 맹세를 하는 것이다. 일제가 창씨개명을 강요할 적에 목숨을 내놓고 싸우며 성과 이름을 지켰던 것도 모두 같은 이치였다. 그런데 이제 우리는 개인의 것도 아니고 국민 모두의 것인 공공기관의 이름을 함부로 남의 말과 글로 바꾸고 있다. 게다가 그런 짓을 너도나도 앞을 다투어 손바닥 뒤집듯이 하고 있어서 하나씩 들추어 나무랄 수조차 없다. 우리의 정신문화 풍토가 어쩌다가 이런 지경에 이르렀는지 안타깝고 부끄럽다.
8. 영어 새말을 마구 퍼뜨리는 삼성경제연구소
삼성 기업이 산하 각급 회사 안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우리 사회 전반에 영어를 퍼뜨리는 일에 앞장서 왔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기업이 미국을 비롯하여 온 세계를 대상으로 활약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해서 우리는 우리말 헤살꾼으로 꼽기를 망설여왔다. 그러나 삼성경제연구소가 2003년부터 누리집에다 ‘온라인 폴’이라는 누리방을 만들어 생판 낯선 영어 낱말을 만들어 줄기차게 퍼뜨리고 있는 일은 그냥 보고 지나칠 수가 없다. 누리방 이름부터 ‘온라인 폴’이라는 영어로 썼을 뿐 아니라 여기 올려놓고 투표를 부치는 낱말을 보면 이들이 과연 무엇을 겨냥하여 기업을 운영하는 것인가 하는 물음을 누를 수가 없다.
이들이 요즘 누리방에 올려놓고 뜻풀이를 달아서 널리 쓰도록 애쓰고 있는 낱말을 보이면 아티 젠(Arty Generation), 체리 피커(Cherry Picker), 트레저 헌터(Treasure Hunter), 홈 퍼니(Homepany), 디지털 치매(Digital Dementia), 엠니스(M-ness)족, 폭소노미(Folksonomy), 위키노믹스(Wikinomics), 이런 따위들이다. 이처럼 낯선 영어 신조어들에다 나름대로 뜻풀이를 달아서 새로운 젊은이들에게 퍼뜨리고 있어서 우리말을 어지럽히고 흩트리는 일이 만만치 않다. 손꼽히는 우리나라 기업이 이처럼 우리 젊은이들의 마음에서 우리말을 몰아내고 영어를 채워 넣으려 안간힘을 쓰는 것은 뜻했건 뜻하지 않았건 기업과 사회 전반에서 우리 얼을 뽑아내는 짓이다. 우리는 수많은 국민의 피땀으로 세계 기업으로 올라선 삼성이 그런 위상에 걸맞은 문화 자주 의식을 갖추어 주기를 기대하면서 올해의 우리말 헤살꾼으로 뽑았다.
9. 아파트 이름을 영어로 쓰는 롯데건설
아파트들이 이름을 외래어를 쓰는 것이 품격 있는 것처럼 선전하며, 경쟁하듯이 마구 쓰고 있다. 롯데건설은 자신들이 지어 분양하는 아파트에 “LOTTE CASTLE(롯데 캐슬)”이라고 영어를 그대로 로마자로 써서 이름을 붙였다. 또 그들의 누리집에는 CASTLE LIFE, NEWS, SERVICE, GO HOME, LOG IN, MY 캐슬, IN CASTLE WEBZONE, PRD System 따위 영어에 로마자를 마구 쓰고 있다.
롯데건설은 2007년 최고 명품 브랜드 대상을 받았다며 자랑한다. 또 그들은 롯데 캐슬이 “가족과 이웃을 사랑하는 아파트”임을 외친다. 하지만 알다시피 “캐슬”은 중세 유럽의 성을 말한다. 중세 유럽의 성은 영주들이 농사꾼들의 피와 땀으로 만들어서 그들의 인권을 짓밟으며 사치와 호화를 누리던 곳이다. 따라서 “캐슬”에는 이웃 사랑이란 없었고, 봉건 영주의 농민 학대만 있었을 뿐이다. 롯데 캐슬은 “이 세상 가장 높은 꿈은 캐슬입니다.' 하고 외치지만 결국은 그곳에 사는 사람들을 영어 숭상과 이웃 학대의 꿈을 꾸는 사람들로 만들어가는 것은 아닌지 모른다. 이름 있는 기업이 천박한 식견으로 호화와 사치를 부추기는 영어 낱말을 삶의 보금자리까지 밀어 넣는 행태를 나무라며 올해의 헤살꾼으로 뽑았다.
10. 영어로 회사 이름 지은 홈에버
지난해 9월 외국 할인점을 인수하여 시작한 “홈에버(HOMEVER)'는 어머니 기업 “이랜드”와 마찬가지로 영어로 이름을 지었다. 그뿐만 아니라 그들의 누리집에도 데코(DECO), 키즈(KIDS), 디즈니(D1SNEY) 같은 차림표는 물론이고 BEST CHOICE, COMMUNITY, ARRIVES, go, BEST BRAND, MD'S PICK, BEDDING, KITCHEN, FURNITURE, BEST 10, FAQ, HOT, 따위 영어에다 로마자를 바로 쓰거나 와 랭킹랭킨, 오픈하우스, 포토이벤트, 쇼핑찬스, 따위처럼 영어를 소리 그대로 한글로 쓰면서 온통 영어잔치를 하고 있다. 외국인을 상대로 하는 할인점이 아님에도 그들은 영어를 자랑하듯 늘어놓아 우리말 살이를 헤살하고 있다.
이들은 일제 침략시기에 좀 잘났다고 생각하는 기업과 지배층이 우리말과 한글을 쓰지 않고 일본말과 가나자를 앞장서 쓰던 버릇과 다를 바가 없다. 벌써 많은 기업의 누리집들이 미국말 반 우리말 반으로 섞인 지저분한 글로 가득 차있다. 국경 없는 세계 가정을 살아가는 세상이 열려 가면 갈수록 우리의 정체성과 빛깔을 또렷하고 아름답게 지니고 있는 것이 자랑스럽게 살아가는 열쇠다. 그리고 우리의 정체성과 빛깔의 원천은 다름 아닌 우리말임을 책임 있는 경제인들이 다시 한 번 깨닫기를 바라면서 ‘홈에버’를 올해의 헤살꾼으로 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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