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은 가로로 찢어져 있습니다. 동물 중에 세로로 난 입을 가진 동물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일반적으로 입은 가로로 나 있는 것 같습니다.
말을 하기 위해서는 바로 이 가로로 난 입이 상하 좌우로 벌어지는 운동을 해야만 합니다.
자음은 ㅎ을 제외하고, 입술끼리 부딪치거나 혀와 입천정이 부딪치거나 또는 혀뿌리가 목구멍을 꽉 틀어막거나 하는 것처럼, 적어도 마찰이 이루어져야만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모음은 날숨이 마찰을 일으키지 않으면서 빠져나와야만 만들어질 수 있는데, 입의 벌어진 모양에 따라, 크게 ㅏ, ㅓ, ㅗ, ㅜ, ㅡ, ㅣ로 나누어집니다.
입을 가장 크게 벌린 상태로 소리를 내어 보세요. 그러면 어떤 소리를 낼 수 있나요? 아마도 당신은 '아' 소리 밖에 낼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억지로 다른 소리를 내려고 해도 다른 소리를 낼 수 없을 것입니다. 이때 다소 답답함을 느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우리나라 사람뿐만 아니라, 세계 어느 나라 사람도 이와 같은 입 모양으론 오직 '아' 소리 밖에 낼 수 없으며, 심지어 동물 조차도 마찬가지 입니다.
여기서 잠시 주목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입을 가장 크게 벌린 상태에선 이빨이나 혀가 잘 보이지 않는 반면, 목젖은 잘 드러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목젖은 엄마의 젖꼭지를 닮기도 했지만, 또한 붓으로 점을 찍은 모양과도 매우 흡사합니다. 바로 이것이 아래 아(.)라고 하는 모음이 만들어진 원리라고 말씀 드릴 수 있을 것입니다.
이번엔 'ㅓ' 모음을 생각해 보겠습니다. '어' 소리를 내기 위해서도, 다른 모음들에 비해, 비교적 입을 크고 둥그렇게 벌려야만 소리를 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 소리를 낼 때의 입 모양과 몇 가지 차이점이 있습니다. 첫째 '아' 소리를 낼 때의 입이 '어' 소리를 낼 때의 입보다 더 크게 벌어진다는 것입니다. 둘째 '아' 소리를 낼 때는 구강구조가 전체적으로 밖으로 밀려 나오는 반면, '어' 소리를 낼 때는 아래턱 부분이 안쪽으로 당겨진다는 것입니다. 셋째 소리 자체에 있어서, '아' 소리보다 '어' 소리가 더 부드럽다는 것입니다.
'아'와 '어' 소리는 입이 좌우로 벌어지는 성질보다 상하로 벌어지는 성질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크게 벌려보면 죄우로 벌어지지는 않고 상하로 벌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세로 선 ㅣ에 아래아(점)가 붙어 ㅏ 모음과 ㅓ 모음을 만든 것이라고 말씀 드릴 수 있습니다. 점이 오른쪽으로 붙으면 ㅏ가 되도 왼쪽으로 붙으면 ㅓ가되는 이유에 대해서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충분히 짐직하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입술을 작게 모아 내민 형태로 소리를 내어 보세요. 한여름 쭈쭈바를 빨듯이 말이에요. 그러면 '우' 소리 밖에 낼 수 없다는 사실을 금방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침팬치가 주둥이를 내밀고 '우우우'하며 소리치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렇지 않나요? 자, 그렇다면 입술을 작게 모아 오므린 형태로는 '오' 소리 밖에 낼 수 없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겠지요?
그런데 '오'와 '우' 소리를 낼 때는 입이 상하로 벌어지지는 않습니다. 가운데로 점처럼 작게 모아지지요. 다시 말해 입이 가로축으로만 움직인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가로선 ㅡ에 아래아(점)가 위 아래로 붙으면서 ㅗ와 ㅜ 모음이 만들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요즘 많이 춥지요? 추울 때 덜덜 떠는 소리를 '으으으'라고 표현할 수 있을지 모르겠는데요, 암튼 이번엔 '으으으' 하고 소리를 내 보세요. 그러면 입이 입보다 더 가로로 벌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상하로도 벌어지기는 합니다만, 아주 작게 벌어질 뿐입니다. 따라서 '으' 소리는 상하로 벌어지는 성질보다 좌우로 벌어지는 성질에 의해 결정된다고 말씀 드릴 수 있습니다. 개가 '으르렁' 거릴 때, 가만 살펴보면, 개의 입도 상하보다는 좌우로 벌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이와 같은 입 모양을 도형으로 표현하자면 폭이 매우 작은 타원형 모양이라고 말씀 드릴 수도 있겠네요.
'으' 소리가 입의 좌우로 벌어지는 성질에 의해 결정된다고 한다면, '이' 소리는 좌우로 벌어지는 성질뿐만 아니라, 상하로 벌어지는 성질도 동시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씀 드릴 수 있습니다. '으' 소리를 낼 때는 주로 아래 입술이 좌우로 벌어지기 때문에, 당연히 아래 이빨이 잘 드러납니다만, '이' 소리를 낼 때는 위 아래 입술이 동시에 상하좌우로 벌어지기 때문에, 위 아래 이빨이 다 잘 드러나는 차이가 있습니다. 그래서 '이' 소리를 낼 때의 입 모양은 폭이 큰 타원형 모양이라고 말씀 드릴 수 있습니다.
위의 내용들을 모아모아 곰곰 생각해 보면, 한글 모음은 입의 벌어진 모양을 본뜬 것이라고 생각해 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또한 다시 한 번 말씀 드리지만, 위와 같은 규칙은 세계 어느 나라 사람에게나 공통으로 적용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