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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말 다듬기] 대지모신大地母神

작성자 : 관리자
조회수 : 512
묶음표 한자말 108 : 대지모신大地母神


.. 오랜 풍상을 견뎌낸 그 강인함이 대지모신大地母神의 화신과 같다 .. 《김원일-그림 속 나의 인생》(열림원,2000) 142쪽

‘풍상(風霜)’은 “바람과 서리”를 가리키는 한자말입니다. 이 낱말을 쓰는 자리를 살피면, 우리들이 예부터 써 온 ‘비바람’과 마찬가지입니다. 한문으로 삶을 꾸리던 사람들한테는 ‘風霜’일지 모르나, 토박이말로 삶을 꾸리는 사람들한테는 ‘비바람’입니다.

‘강인(强靭)함’은 ‘단단함’이나 ‘억셈’이나 ‘튼튼함’이나 ‘꿋꿋함’으로 다듬습니다. ‘화신’은 ‘化身’일까요, ‘化神’일까요. 아무래도 앞엣말이 아니랴 싶은데, 앞말과 묶어서 “무엇으로 되살아난 듯하다”나 “무엇이 된 듯하다”로 고쳐 줍니다.

┌ 대지(大地)
│ (1) 대자연의 넓고 큰 땅
│ - 대지에 뿌리 박은 나무 / 대지가 봄비에 촉촉이 젖는다
│ (2) 좋은 묏자리
├ 모신(母神) : [종교] 모성 원리를 인격화한 신

├ 대지모신大地母神
│→ 어머니땅
│→ 땅을 다스리는 (어머니) 하느님
│→ 어머니 하느님
└ …

국어사전에 없는 ‘대지모신’ 같은 말을 지어내어 쓰자니, 한글로만 적어서는 자기 뜻을 나타내기 어려워서 ‘大地母神’을 적었구나 싶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한자를 붙여 준다고 하여, 이 글을 읽는 분들이 좀더 잘 알아듣거나 새길 수 있을는지요.

┌ 대지에 뿌리 박은 나무 → 땅에 뿌리 박은 나무
└ 대지가 촉촉히 젖는다 → 땅이 촉촉히 젖는다

펄벅 님이 쓴 소설을 어느 번역가가 ‘大地’로 옮긴 뒤부터, 우리한테 ‘대지’는 너무도 익은 한자말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땅’이 아닌 ‘대지’로 적어야, “너르거나 깊은 뜻”이 담긴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하늘’이 아닌 ‘창공’이라 적거나 ‘공중’이라 적어야 무언가 남다르거나 거룩하거나 대단하거나 새삼스럽다고 잘못 느끼고 있습니다. 땅을 ‘땅’으로 적으면 하잘것없거나 보잘것없다는 투로 엉뚱하게 받아들이는 우리들입니다.

스스로를 갉아먹습니다. 스스로를 깎아내립니다. 스스로 바보가 되고자 합니다. 스스로 못난이가 되려고 합니다.

스스로 북돋우며 스스로 살찌우지 못합니다. 스스로 가꾸며 스스로 거듭나지 않습니다. 스스로 우리 말을 헤아리면서 보듬지 않습니다. 스스로 우리 말을 살피면서 껴안지 못합니다.

우리 말은 다른 누가 아닌 우리가 가꾸어야 하나, 우리들한테는 우리 말을 가꾸려는 마음이 얕습니다. 우리 삶은 다른 누가 아닌 우리가 보듬어야 하나, 우리들한테는 우리 삶을 우리 나름대로 다독이면서 끌어올리려고 하지 않습니다. 얕은 셈속에매이고, 몇 푼 돈에 끄달립니다. 허울좋은 겉멋이나 겉치레에 빠지면서 속살이 망가져도 못 느낍니다. (4341.9.23.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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