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간절히 소망하는 한글 세계화의 성공과 그 효율적인 전개를 위해서 저는 개별 연구자의 입장에서는 대체로 다음과 같은 순서로 노력을 집중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가) 국제음성기호(IPA) 대체 체계 개발
(나) 유문자 언어에의 시험 적용
(다) 무문자 언어 적용 성공 사례 발굴
(라) 국가 표준화와 거국적 지원 체제 구축
(마) 세계 표준화와 한글 세계화의 완성
그런데 새로운 문자 체계의 개발 및 보급에는 우리가 미처 예상할 수 없는 우연적인 요소들이 개입할 여지도 많기 때문에 한글 세계화가 반드시 이런 순서로 진행되어야 한다거나 이런 순서로만 진행될 것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옳지 않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순서를 상정해 보는 것은 한글의 세계 공용 문자화라는 궁극적인 목표에 이르는 도정을 개략적으로나마 미리 그려 봄으로써 한글 세계화가 어느 정도로 실현되고 있는지, 어느 단계에까지 진전되고 있는가를 평가하기에 유용할 뿐만 아니라 불필요한 노력의 낭비를 줄일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한글 세계화의 바람직한 첫 단계는 한글(정확하게는 그 모태가 된 훈민정음)을 활용하여 새로운 보편적인 음성기호 체계를 만듦으로써 서양의 언어학자들이 중심이 되어 로마자를 기초로 고안한 기존의 국제음성기호(Internatioal Phonetic Alphabet)를 대체할 수 있게 하는 일입니다.
만약 이렇게 한글로 만든 음성기호 체계가 로마자에 바탕을 둔 기존의 음성기호 체계보다 이론적으로나 실제적으로 우수하다는 점이 입증된다면 한글의 세계 문자화는 절반쯤은 성공이 보장된 상태에서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이하에서는 개별 연구자의 차원이 아니라 국가적인 차원에서 한글을 활용하여 국제음성기호를 대체할 수 있는 포괄적인 음성기호의 체계를 국내에서 개발하는 문제에 대하여 살펴 보려 합니다.
1. 새로운 음성기호 체계의 명칭
아직 널리 알려지지는 못하고 있지만, 이미 국내에서도 한글이 지닌 보편적인 음성기호 내지 보편적인 문자로서의 가능성에 주목하여 새로운 보편적인 음성기호 체계를 개발하고자 한 노력이 있었습니다.
현재 서울대 언어학과 명예교수로 있는 이현복 박사님이 지난 1971년 12월 한글학회 50돌 기념 행사 기간 중에 처음 발표한 [한글 음성 문자 시안]이란 논문에서 제안한 '한글 음성 문자(Korean Phonetic Alphabet)'가 아마도 대한민국 수립 후에는 최초로 주장된 음성기호 체계일 것입니다. 또 뉴욕주립대 명예교수로 계시는 김석연 박사님이 개발한 '누리글'이나 대구대 명예교수이신 권재선 박사님이 개발한 '세계음성한글'도 국제음성기호(IPA)를 대체할 수 있는 포괄적인 연구입니다.
한글 음성 문자나 누리글이나 세계음성한글이나 모두 나름대로 이유가 있고 이치가 있는 이름이겠습니다만, 저는 이것들을 총칭하여 한국어로는 '세계화형 한글 음성기호(이하에서는 간단히'한글음성기호'라고 함)'라고 이름 짓고 영어로는 'Global Phonetic Hangeul(약칭 GPH)'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음성기호 차원에서 세계적인 표준(global standard)으로 삼고자 하는 우리의 의지를 담고, 알파벳에서 기원한 로마자 등과는 전혀 다른 독창적인 문자인 한글을 바탕으로 만든 것임을 부각시키기 위해서입니다.
2. 한글음성기호 개발에 적용할 원칙들
현대 한국어에는 없는 다양한 말소리까지 포함할 수 있는 포괄적인 음성기호 체계를 제정함에 있어서 대체로 다음과 같은 원칙을 지키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가) 최소한 기존의 국제음성기호(IPA)에 나오는 음소들을 모두 표기할 수 있는 포괄적인 체계를 갖출 것
(나) 세종대왕의 훈민정음의 제자 원리와 훈민정음의 소리값에 가급적 충실할 것
(다) 1자 1음의 법칙에 맞출 것
(라) 소리값을 정확하게 나타낼 수 있을 것
(마) 서로 관련 있는 음소들에 대해서는 일관되고 체계적으로 글자를 확장해 갈 것
(바) 필기를 할 때에 편리하고 적당히 날려 써도 다른 글자와 혼동이 되지 않도록 가독성을 갖추게 할 것
3. 대국민 현상공모를 제안하는 이유
이처럼 한글 세계화의 주춧돌이 될 한글음성기호를 제정함에 있어서는 범국민적인 관심과 지혜를 모을 필요가 있기 때문에 몇몇 전문가들의 기존 이론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재야의 연구자들까지도 참여할 수 있도록 문호를 넓게 개방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 가급적 많은 연구자들이 참여하고 다양하고 창의적인 연구 결과를 제출하도록 장려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기준을 통과한 참가작들에 대해서는 소정의 금전적인 보상을 하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저는 다양한 한글음성기호의 시안들을 대국민 현상공모의 방식으로 모집해 볼 것을 제안합니다.
그리고 이와 같은 대국민 현상공모는 학술적 전문성을 갖춘 관련 학회들이 주최할 수도 있겠지만, 필요한 자금과 제도적 권위의 확보를 위해서는 아무래도 문화관광부나 교육인적자원부 같은 정부의 관계 부처가 주최하되 실무적으로 관련 학회들의 협조를 받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4. 한글 음성기호 표준안의 확정 절차
이와 같이 대국민 현상공모를 통해서 모아진 시안들을 토대로 표준적인 한글음성기호를 제정하기 위해서는 다시 어떤 절차를 거치는 것이 가장 좋을지는 국제음성기호(IPA)의 제정 과정을 참고하여 전문적인 검토가 필요할 것입니다만, 우리가 만들려고 하는 한글음성기호는 단지 음성기호에 그치지 않고 궁극적으로 세계 공용 문자로까지 활용될 수 있게 하려는 것이기 때문에 전문가들 이외에 국내외의 일반인들의 의견까지 수렴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모든 당선작을 대상으로 한 공개적인 찬반 토론을 거쳐서 1차적으로 3~4 편 정도로 유력한 시안들을 압축한 뒤에 다시 이것들을 대상으로 언어학이나 외국어 교육 관계자들의 평가, 일반 시민들의 선호도 조사, 주요 국제어(유엔 6대 공용어 등)들에의 시범 적용 등을 거쳐 최종 확정하는 것이 어떨까 생각합니다.
조급하게 서두르지 말고 1~2년 정도의 시간 여유를 가지며 특정 이론에 치우치기보다는 가급적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지지할 수 있는 통일안을 만들어 간다는 대승적인 자세가 중요하겠고, 이렇게 국내적으로 일단 표준안이 확정되더라도 추후 실제 보급 과정에서 문제점이 발견될 경우에는 다시 보완할 수 있다는 융통성도 필요하겠지요. 또 한글음성기호 표준안을 확정할 때 주요 국제어의 표기법(기존의 [외래어 표기법]과 구별되는 '외국어 표기법')도 같이 제정할 것인지도 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2006.12.26
아시아연방론 카페지기
한글 세계화 전략 연구가
월계자 주창웅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