셈(계산)의 단위가 되는 명사를 '단위 명사'라 합니다. 단위 명사는 다음 (1)㉠의 '마리, 그루, 원, 켤레, 그램, 미터' 들과 같이 불완전한(그래서 '불완전 명사'라 함) 것이 많지만, (1)㉡처럼 보통 명사가 단위 명사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단위 명사는 띄어 씁니다. 단위 명사 바로 앞에 수(數)를 나타내는 낱말이 올 때에는 두 요소를 띄어 쓴다는 말입니다. 그 보기를 들어 보이면 (1)과 같습니다.
(1)㉠ 세 마리 열여섯 그루 삼천 원 한 켤레
칠 그램 백 미터 다섯 개 이십칠 도
십사 년 이백오십 명
㉡ 열 사람 다섯 학교 쉰 나라
그런데 여기에 허용 규정 몇 가지가 있습니다. 위와 같이 띄어 쓰는 것이 원칙이지마는, 원칙을 지키지 않고 붙여 쓰는 것을 허용한다는 말입니다. 이 규정을 잘 알아 두는 것이 좋겠습니다.
첫째, 아라비아숫자 '0, 1, 2, 3, 4, 5, 7, 8, 9, ……'와 단위 명사는 붙여 쓸 수 있습니다. 다음 쪽의 (2)가 그 보기입니다. (아라비아숫자를 읽는 법은 그 뒤의 명사에 따라 다르다는 것을 기억해 둡시다.)
(2) 3마리 16그루 3,000원 1켤레
7그램 100미터 5개 27도
14년 250명
'7그램, 100미터'의 경우에는 단위 명사를 본디 기호로 쓰더라도 한가지인데, 이 역시 규정을 의식해서라기보다 습관적으로 '7g, 100m'와 같이 붙여 쓰고 있는 것이 오늘의 일반적인 현실입니다.
둘째, '수효'가 아니라 '순서'의 의미를 나타내는 때에도 두 요소를 붙여 쓸 수 있습니다. '칠'이나 '7'은 수효를 나타내지만, '제(第)칠'이나 '제(第)7'은 차례를 나타내는데 이런 요소와 단위 명사는 붙여 쓸 수 있다는 말입니다. 다음 (3)이 그 보기인데, 화살표의 왼쪽은 원칙을 따른 것이고, 오른쪽은 허용 규정을 따른 것이며, ㉠과 ㉡이 모두 가능한데 사용 빈도를 보면 ㉡쪽이 훨씬 많을 것입니다.
(3)
<원칙>
<허용>
<원칙>
<허용>
㉠ 제이 편 → 제이편 제팔 장 → 제팔장
제삼 연대 → 제삼연대 제오 학년 → 제오학년
제사 층 → 제사층 제칠 회 → 제칠회
㉡ 제2 편 → 제2편 제8 장 → 제8장
제3 연대 → 제3연대 제5 학년 → 제5학년
제4 층 → 제4층 제7 회 → 제7회
셋째, 순서를 뜻하는 '제(第)'는 흔히 생략되기도 하는데, 그것이 없어도 '순서'의 의미를 나타내는 데에 지장이 없으면 붙여 쓸 수 있습니다. 다음의 (4)가 그 보기입니다.
(4)
<원칙>
<허용>
<원칙>
<허용>
제이 편 → 이편/2편 제팔 장 → 팔장/8장
제삼 연대 → 삼연대/3연대 제오 학년 → 오학년/5학년
제사 층 → 사층/4층 제칠 회 → 칠회/7회
그런데 '순서'의 의미를 드러내고자 할 때에는 되도록이면 '제(第)'를 생략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칠회' 또는 '7회'라고만 하면 그것이 '일곱 번째'(제7회)를 뜻하는지 '일곱 번'(7회)을 뜻하는지 불분명합니다. '세 번째 항'이라는 뜻을 '삼항' 또는 '3항'으로 표현했다면, 수신자에 따라서는 그것을 '3개 항'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결과적으로 의미 전달이 잘못되어 버릴 것이니 유의해야 하겠습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때(시점)'와 '동안(기간)'도 잘 변별해서 표기해야 합니다. '시점'은 '순서'와 같이 보고, '기간'은 '수량(수효)'과 같이 보아야 합니다. 그러니 붙여 쓴 '이십일(日)'은 '스무 번째 날'(시점)을 뜻하는 것이 되며, 띄어 쓴 '이십 일'은 '스무 날 동안'을 뜻하는 것이 됩니다. '일천구백구십구년'은 바로 '기묘년'(시점)을 가리키며, '일천구백구십구 년'은 햇수가 '1999년 동안'임을 가리키는 것이 됩니다.
그러나 표기에서는 주로 아라비아숫자를 사용하므로 결국 양쪽이 같아져 버리고 맙니다.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아라비아숫자는 단위 명사와 붙여 쓸 수 있으며, 이미 대부분이 그렇게 붙여 쓰기 때문입니다. 바꾸어 말하면 '20일'은 '어느 한 날'(시점)을 뜻하기도 하며, '스무 날 동안'(기간)을 뜻하기도 합니다. 이런 경우에 '동안'이라는 의미를 명확히 전달하고자 하면 '20일 동안'과 같이 표현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1999년 동안'이라고 하면 기간의 의미가 명확해집니다.
요컨대, 아라비아숫자에 곧바로 이어지는 모든 단위 명사는 붙여 쓸 수가 있습니다. 다만 의미를 해석할 때에는 그 숫자가 '순서'를 뜻하는지 '수효/수량'을 뜻하는지를 잘 변별해야 합니다.
- 리 의도 교수의 '이야기 한글 맞춤법'(2004, 석필).
허용>
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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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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